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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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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 정보

[센터자료] [전문가 칼럼] 내츄럴 와인, 감사한 마음으로 소박하게 즐기는 와인!

조회  1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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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7
식생활정보

김소영 교수님의 식문화 읽기


전문가 칼럼이란?

한 달에 한 번,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최신 식품·영양 정보 중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식품영양학과 교수님이 알기 쉽게 설명해드립니다.

“내츄럴 + 와인 = 내츄럴 와인”. “건강 + 급식 = 건강 급식”만큼이나 난감한 조합이다. 이 난감함에도 나름의 사연은 있을 터. 요즘 핫(hot) 하고 히프(hip) 하다는 내츄럴 와인(natural wine), 그 사연이나 제대로 알고 마셔 보는 것은 어떨까?

Photo by Hermes Rivera on Unsplash

 

내츄럴 와인을 이야기할 때 꼭 빠지지 않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자벨 르쥬롱(Isabelle Legeron)! 그녀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와인 전문가라는 '마스터 오브 와인(MW)’이다. 이 자격만으로도 평생을 편안하게 살 수 있었던 그녀가 당시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던 내츄럴 와인을 지지하게 된 것은 평생 와인 농장을 경영했던 아버지와 삼촌이 폐암과 파킨슨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이다. 주치의는 두 사람의 사인을 두고 "제초제 같은 독성물질에 오래 노출된 탓 같다"라고 했다.

르쥬롱은 그때야 비로소 "대량 생산과 유통을 위해 상당수의 와인에 화학물질이 첨가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도가 지나치면 와인이 자연도 인간도 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다"라고 한다.

 

 내추럴 와인

저자 이자벨 르쥬롱
출판 한스미디어
발매 2018.11.22.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내츄럴 와인이란 와인의 사전적 정의에 가장 부합하는 와인을 뜻한다. 즉 ‘오직 포도 즙만을 발효시켜 만든 술’이다. 사전적 정의를 따랐을 뿐인데 굳이 내츄럴이라 불리는 이유는 오직 유일했던 와인 재료인 포도 즙에 각종 첨가물을 넣어 만든 도가 지나친 와인들과의 구분 짓기를 위함이다. 와인에 첨가물을 넣는 이유는 맛의 조절과 외관의 향상, 그리고 보관과 유통상의 품질 유지 때문이다. 배가 프랑스 와인을 싣고 우리나라로 오려면 적도를 두 번 지나야 한다. 글로벌 시대, 열에 취약한 와인에 특히 보존제의 역할을 하는 이산화황(SO2)을 넣는 것은 이제 당연해졌다. 오늘날 와인에 허가된 첨가물의 가짓수만도 EU 기준으로 50여 가지가 넘지만 내츄럴 와인엔 그런 첨가물을 일절 넣지 않는다. 이산화황 역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 기준치 이하 최소량만을 넣는다. 주재료인 포도도 유기농 이상으로 정성껏 수고롭게 재배된 것만을 선별해 사용한다.

Photo by Maja Petric on Unsplash

내츄럴 와인을 처음 맛본 사람들은 그 맛이 생소하다(funky)는 표현을 자주 한다. 필자 역시도 그랬다. 필자가 기억하는 호주의 쉬라즈가 브루고뉴의 피노느와가 아니었다. 무언가 그날의 와인 톡(wine talk)에 남다른 기여를 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그저 ‘다르다’고 밖에는 표현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내츄럴 와인의 옹호자들은 이야말로 인류가 오래전부터 사용한 방식 그대로 빚어낸 본연의 맛이라 주장한다. 반면 지금 우리가 익숙한 와인 맛은 산업혁명 이후 불과 100년 남짓한 짧은 세월을 거치며 새롭게 덧씌워진 기준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이 새로운 기준이 마치 황금률인 양 이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다른’을 넘어 ‘틀린’ 맛으로 치부하는 현실을 그들은 개탄해 마지않는다.

Photo by Maksym Kaharlytskyi on Unsplash

요 몇 년 나름 진지했던 필자의 미각 경험을 돌이켜 볼 때 사실 이는 비단 와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전통’ 혹은 ‘자연’이라 불리는 오래전 방식 그대로의 간장, 막걸리, 맥주, 커피, 달걀, 그리고 쌀까지 모두 필자가 그동안 익숙했던 “맛”의 기준으로는 평가할 수 있는 맛이 아니었다. 어쩌면 우리가 오늘날 흔히 접하는 모든 먹거리가 사실상 산업화, 현대화라는 짧은 시간 동안 그전의 오랜 기준을 갈아치운 새로운 맛으로 소비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맛을 느낀다는 것이 단순한 감각의 작용이 아닌 다분히 경험의 영역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산업화 이전의 기억이 없는 필자로서는 그 내츄럴한 맛의 평가를 두고 마냥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지금 돌이켜 보면 너무도 당연했다.

Photo by Kym Ellis on Unsplash

맛에 대한 평가는 정답이 없는 개인의 취향이 존중되어야 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내츄럴 와인의 맛에 대한 호불호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결정할 문제이다. 다만 한 가지, 최근 내츄럴 와인의 국내 열풍을 두고 핫(hot) 하고 힙(hip) 한 뉴트로(Newtro) 혹은 힙트로(HIptro)한 트렌드로 해석하려는 시도에는 참견을 좀 하고 싶다. 이자벨 르쥬롱이 모든 것을 버리고 내츄럴 와인에 뛰어든 것은 지나친 상업화에 대한 반성 때문이다. 그녀는 내츄럴 와인을 통해서 “Farm to table” 즉 식품 생산에서 소비로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푸드 시스템(food system) 적인 관점에서 하루에도 수없이 반복되는 식품선택이라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한 푸드 시스템 안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윤리의식을 가지고 각자의 맡은 바 책임을 진실하게 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것이다. 내츄럴 와인은 그 옛날 귀한 손님 접대용으로 정성껏 빚은 가양주에 가깝다. 그러니 내츄럴 와인을 선택했다면 모든 과학과 기술이 주는 편의를 뒤로하고 애써 수고로움을 마다치 않은 생산자들께 감사하며 소박하게 즐기면 그만인 것이다.

Photo by Daniel Vogel on Unsplash

와인 마리아주(Mariage), 와인을 마시는 데 있어 와인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함께 곁들이는 음식이다. 필자가 내츄럴 와인에 처음 곁들여 본 음식은 예산의 삭힌 김치와 고대 밀로 만든 시골 빵이었다. 이 맛들의 만남이 꽤 잘 어울린다는 주변의 평가가 많았다. 아마도 와인 마리아주의 기본 원칙 중 하나인 ‘서로 닮은 맛끼리의 상보 작용(complement)’으로 세월을 견디며 지켜낸 그 깊은 맛이 배가 되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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